골프 너, 서운하다
2024. 8. 11. 16:21ㆍGOLF STORY/골퍼스 이븐파 도전기

1989년에 골프를 시작했으니, 어림잡아 35년 쯤 되었나...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특히, 골프가 인생(人生)과 닮았다고,
"사람을 알려면 함께 골프를 쳐 봐. 그 사람 자신도 모르는 그 사람이 보인다."
말씀하시던 선친의 강권에 이끌려 시작한 골프.축구, 농구를 미친 듯이 즐겼던 젊은 시절을 뒤로 하곤 유일한 취미가 된 운동일까.
시작하던 그 해, 1달 정도 연습장 레슨을 받고 청주 그랜드 CC 였던가. 머리를 올렸던 구장이. 지금은 전동 카트를 타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 되었지만, 그 때는 손수 카트를 끌거나 캐디가 투백 정도를 수동 카트에 올려 끌고 다니며 치던 시절이었다.
덥기는 엄청나게 더웠고 옷도 지금이야 기능성 옷들이 잘 나와서 좋지만, 면바지에 두툼한 폴로 티셔츠와 무거운 징박힌 가죽 골프화로 18홀을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중학생이었던 나에겐 싫어하기 충분한 운동이었다.
일부 노땅들의 운동이라는 느낌이 강했던 시절이라, 어린 아이(?)가 골프장에 왔다는 자체가 신기해 보였던 골퍼들이 내가 1번 홀 티샷을 준비하자 뒤를 주욱~ 둘러싸기 시작했다.
성격도 소심했지만 처녀샷을 준비하는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며 머리가 멍해지고 주변이 하얗게 변했더랬다. 티를 꼽고 가라스윙(그 때는 연습스윙을 가라스윙이라고)을 두 번하자. 주변의 관심에 신이난 아버지는

"한 가운데 저 나무를 보고 쳐라."
고 큰 소리로 알려주셨다. 마치 주변에 다 들으라는 듯이... 남은 긴장되서 죽을 것 같은데.
"딱~!"
어쨋든 스윙을 했고 내가 친 공은 정확하게 아버지가 말한 그 나무를 향해 날라갔다. 비거리는 아마 200미터 정도.
"우와~! 잘한다. 이 녀석!"
주변 어른들의 박수 소리가 났고 아버지는 껄껄껄 웃으시며 자랑스러워 했다.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 자리를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나는 그저 그 자리를 떳다.
그렇게 시작된 라운딩.. 그것으로 아버지의 웃음은 끝이었다. 뒷땅, 헛스윙, OB...
"너 뭐하는 거냐?!"
결국 아버지는 화가 나서 소리를 치셨고, 나는 이미 몇 홀째 울고 있었다. 18홀을 돌고 나니 스코어 카드에는 124타가 적혀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140타는 쳤을 것 같다. 그 해 매 라운딩을 울면서 쳤다.

'이거 왜 하라는 거야... 사람, 인생 무슨 헛소리'
그렇게 시작한 골프 지금 아버지는 안계시지만 80을 바라보시는 장인과 함께 라운딩을 하고 있다. 스크린도 같이 치고. 함께 라운딩을 하는 사람들이 내 구력만 들으면 모두 놀란다. 골프를 35년 쳤으면, 프로겠다고.
지금 나는 85개를 친다.
나름 골프를 정석으로 배웠고, 싱글과 이븐을 이뤄보겠다고 하루에 300개씩 매일 같이 치며 연습을 한 적도 있다. 그런데, 30년째 85개를 친다...
'골프, 너 서운하다...'
* 골프 연습장용 스윙 플레인 교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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