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1. 16:37ㆍGOLF STORY/골퍼스 이븐파 도전기
타이거 우즈.
마이클 조던과 더불어 한 명의 뛰어난 스포츠를 선수 넘어 시대의 아이콘 된 인물.
그의 커리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대신 하나의 일화를 소개한다. 2005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6번 홀 "Redbud"에서 마스터즈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된 '환상적인 칩샷'으로 진정한 황제의 모습으로 각인되기 전의 이야기다.

타이거는 1996년 "Hello World~"라고 말하며 프로에 데뷔해서, 모든 골퍼들의 주목을 받으며 각종 PGA 대회에서 우승을 이어갔다.
하지만, 2004년에 무승을 기록하는 등 슬럼프가 왔다. 언론은 벌떼처럼 타이거의 골프를 까기(?) 시작했고, 공포스러워서 함께 플레이 하기를 꺼리던 PGA 선수들도 그의 골프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내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것들이,
"타이거는 골프를 너무 어렵게 쳐요. 왜 저렇게 치죠? 그냥 또박또박 쳐도 될 텐데..."
"타이거의 스윙은 신체에 무리가 너무 갑니다. 그는 곧 은퇴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타이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듣기 싫었지만, 머릿속에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두 번째 악담 같은 예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2021년 2월 23일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골프 대회에서 주최자로 참가했다가 끔찍한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한 것 외에도 그는 심각한 척추 부상 등 실제로는 골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그는 2019년 43살의 나이로 마스터즈에서 2008년 US 오픈 이후 11년 만에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으며, 현재도 PGA 현역으로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다음으로, 그렇다면 타이거는 왜 그렇게 어렵게 골프를 칠까?
타이거는 전반적인 스윙 기술이 뛰어나지만 샷을 하이 & 로우로 나누어 드로우·페이드 샷을 자유자재로 치며 공중에 최소 9개의 가상의 창을 통과하는 샷을 구사한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메이저 대회에서도 이 기술들을 거리낌 없이 시도했고, 성공하며 골프 팬들에게 임팩트 있는 감동과 수 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남겼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치냐고?..', '관종이라서? 묘기를 부리나?'
그 답은 내가 미국에 4년 정도 있을 때, 그곳에서 골프를 치면서야 알게 되었다.
미국의 골프장은 대부분 링스 코스 (Links Course)다. 링스 코스는 골프 코스의 한 유형으로, 주로 해안가에 위치하며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링스"라는 용어는 스코틀랜드의 고어로 "거친 초지"를 의미하며, 전통적으로 바다와 농지 사이의 모래 언덕 지대를 지칭한다.

쉽게 말해 산이 없고 평평한 땅에 만들어진 골프장들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보이는 밸리·마운틴 코스와 달리 넓게 펼쳐진ㅍ 형태이다.
이는 자연적 영향이 가장 큰 데,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는 대부분 산을 깎아서 골프장을 만든다. 물론 좁은 땅에 비싼 땅값도 요인이겠다.
하지만 미국은 넓은 대지 위에 골프장을 만든다. 또한 일조량과 강수량이 우리보다 많아서 나무가 크다. 칠면조도 크고, 닭도 크고 하여간 다 크다.
골프장을 만들고 설계하는 과정을 아주 간단하게 단순화하면 주어진 땅에 어떻게 해저드 (Hazard, 골프에서,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어렵게 만드는 벙커(bunker)나 바다, 못, 냇물, 나무, 수풀 등의 자연 장해물 구역)를 구성해서 어려움과 재미를 만드느냐이다.
우리나라는 산을 깎아서 좁고 길게 디자인한 뒤, 한쪽은 절벽, 다른 한 쪽은 낭떠러지로 되어 있고 해저드는 보통 물과 벙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에게 나무는 해저드 옵션이 아니다.
오히려 언듈레이션 (Undulation, 골프에서, 코스의 높고 낮은 기복 또는 굴곡을 말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변화가 심할 경우에는 업앤드다운(up and down)이라고도 함)이 또 하나의 해저드로 작용한다.

이에 반해 미국의 골프장들은 넓고 평편한 대지 위에 홀의 구분을 위해 나무를 심어 가이드라인을 치고 물과 벙커를 만들고 거기에 큰 나무를 페어웨이 중간에 심어 놓는다. OB는 잘 없다. 옆 홀로 미스샷이 나면 거기 가서 치면 된다.
이렇게 디자인된 골프장에서는 우리와는 다른 공략법이 필요하다. 이런 골프장에서는 페어웨이로 잘 쳐도 앞에 큰 나무가 있으면 다음 샷이 막막해지고, 옆 홀 또는 가이드 나무 구역으로 들어가면 빠져나와야 하는 샷 메이킹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골프장들이 주로 땅에 해저드를 구성하고 있다면 미국의 골프장은 하늘(?) 그러니까 공이 날아가야 하는 곳을 막고 있는 형태가 되겠다.

그러면 다시 타이거의 샷으로 돌아와서, 우선 코스 공략법을 타이거 이전 시대와 타이거 이후 시대로 나누어 보자.
타이거 이전 시대에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과 PGA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를 들어 파 4에서 해저드를 만나면 레이업을 해서 치기 좋은 곳으로 쳐 놓고 다음 샷을 핀에 붙어 파 세이브를 하는 것이 대세였다. 우리들이 쓰는 용어로는 3온 1빠따가 되겠다.
그런데, 타이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앞에 장애물을 만나면 그대로 레귤러온 (regular on, 골프에서, 홀마다 정해 놓은 기본 타수에 맞게 그린에 공을 올리는 것)을 시도했다.
타이거의 앞을 막고 있는 큰 나무를 비~잉 돌려서 그린을 공략한 것이다. 그리고 성공하면 버디를 노리고 실패를 해도 그린 언저리에서 칩인을 노리는 방식이다. 무조건 2온 버디 시도가 되겠다. 경의롭다는 말밖에...
위에서 말했던 타이거를 비꼬던 PGA 선수에게 말하고 싶다.
"타이거가 골프를 어렵게 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실수만 안 하고 우승을 바라보는 똑딱이 골퍼이기 때문이고, 설사 당신도 돌려 칠 수 있다고 이야기해도 그걸 대회에서 할 수 없는 치킨 (Chicken, 영어 속어로 겁쟁이)이기 때문이오."

내가 추앙하는 타이거 이야기는 이쯤으로 하고...
현실에서 나는 한국에 있으며 한국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그렇다면 언듈레이션이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티 박스를 제외하고 (내 친구 중 하나는 티박스조차 울퉁불퉁하다고 투덜댄다) 대부분은 골프 코스 디자이너가 바닥을 스탠스가 제대로 나오지 않게 언듈레이션으로 해저드로 만들고 있다.
그러니 하체를 충분히 활용한 풀스윙 대신 작고 안정감 있는 스윙으로 똑바로 치는 것이 타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골프장 스타일에서는 타이거도 우승을 못한다. 이유는 타이거는 드라이버가 안정적이지 않아서 (오죽하면 타이거가 농담으로 내 이름이 우즈 (woods, 숲)가 아니라 페어웨이 (fairway)로 바꾸고 싶다고 했을까) 아마도 라운드 당 OB를 두어 개쯤은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제발 드라이버 죽지 말고, 공격적이지 않은 세컨드 샷으로 그린 방향으로 보내라. 그러면 싱글골퍼가 된다.
이번 글을 써 내리면서 내 스스로 중얼거리고 있다. 그리고 이틀 후 라운딩을 준비한다.
"싫어...! 재미없어. 80대를 치더라도 지를 거야...'"
"뽀올~~~"
"언니, 다음 홀에 공 넘어 간거 있으면, 알려주세요. 저희 회원님이 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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